“산속에서 무엇을 하세요?” 할머니가 간드러지게 묻는다. “공부를 하고 있습니다.” “무슨 공부를 하세요?” “마음을 닦는 공부를 합니다.” 할머니는 신기한 듯 관심을 가지고 물었다. “마음을 닦아서 무엇을 하려고요?” 해월이 대답한다. “목동은 소를 다루고, 목수는 나무를 다루지요.” “지혜 있는 사람은 자신을 다룹니다. 자신을 다루는 일은 무슨 일보다 중요합니다. 자신을 다루고 이끌지 못하면 고통 속에서 나오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할머니는 얼굴을 약하게 씰룩거리며 다시 강하게 물었다. “행복을 위해서 공부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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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속에서 무엇을 하세요?”
할머니가 간드러지게 묻는다.
“공부를 하고 있습니다.”
“무슨 공부를 하세요?”
“마음을 닦는 공부를 합니다.”
할머니는 신기한 듯 관심을 가지고 물었다.
“마음을 닦아서 무엇을 하려고요?”
해월이 대답한다.
“목동은 소를 다루고, 목수는 나무를 다루지요.”
“지혜 있는 사람은 자신을 다룹니다. 자신을 다루는 일은 무슨 일보다 중요합니다. 자신을 다루고 이끌지 못하면 고통 속에서 나오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할머니는 얼굴을 약하게 씰룩거리며 다시 강하게 물었다.
“행복을 위해서 공부하는 것인가요?”
해월은 조금 더 자세하게 설명해주고 싶어졌다.
“맞습니다. 행복을 위한 것이지요. 한때 일시적 행복을 느끼는 것이 아니라 영원토록 행복하기 위해서… 거친 나의 마음을 잘 다루고 이끌어서 자아를 완성시키는 일입니다.”
다시 말을 이어 갔다.
“자아를 완성시킨 마음으로 이 세상을 아름답게 변화시켜 모두가 행복하고 평화스럽게 살기 위해서입니다.”(20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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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는 간병인에게 전혀 도움을 주지도 않았다. 기저귀를 갈라치면 이리저리 몸을 움직이고 만다. 기저귀 차는 자체를 싫어하는지도 모른다.
한번은 똥 기저귀를 갈다가 심하게 몸을 요동치는 것이었다. 어쩌면 인생은 가기 싫어하고, 하기 싫어하는 상황으로 흘러가는지 모른다. 그러나 이러한 일들을 해내고 풀어나가는 과정에서 참된 어른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침대시트와 환자 옷과 몸에 똥이 범벅이 된다. 해월의 손과 얼굴에도 똥으로 화장을 한 사람처럼 파편이 낭자하다. 역겨운 똥내가 코앞에서 질러댄다. 물티슈로 얼른 닦아내고 잘 움직이지 못하는 아버지를 억지로 목욕시키고 앉혀 드렸다.
정말 힘든 사람처럼 해월은 힘없이 축 늘어져 고개를 떨어뜨린다. 눈에는 눈물이 고여 있다가 하염없이 흘러내린다. 강원도 토굴에서와 마찬가지로 누구하나 도와주는 사람이 없었다.
‘이것이 내 인생의 수수께끼란 말인가?’
시간이 지나 갈수록 코앞에서 진동하는 병원의 약품냄새 때문에 현기증이 일어나고, 무릎이 아파왔다. 스트레스와 피로가 쌓여 눈을 잘 뜨지 못하고 침침해져 희뿌옇게 보였다.
점점 지쳐간다.
간병 일이 세상에서 제일 힘든 일처럼 느껴졌다.
‘붓다는 이 세상에서 간병하는 일이 가장 큰 복을 짓는 일이라고 했다.’
복을 짓는 일은 생각처럼 쉽지 않았다. 막상 실천에 옮기는 일은 여러 번민에 휩싸일 때도 있었다.
어느 때는 바닥에서 자유롭게 기어 돌아다니는 개미가 부러웠다. 시골 똥통 속에 빠져 헤엄을 치는 개구리가 신선처럼 생각되었다. (32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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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간병인을 그들은 여사님이라고 부른다. 여사님들과 한 병실에서 생활하는 것은 해월에게는 여간 불편한 것이 아니었다. 특히 세면대와 샤워장이 같이 붙어있는 화장실을 사용하는데 어려움이 많았다.
해월은 아직 결혼을 하지 않은 총각이라 여자들과의 공동화장실 사용이 무척 쑥스러운 것이 사실이었다. 얼마 전 일어난 불미스러운 일들이 아직까지 해월의 머리를 떠나지 않고 있었다.
평소와 다름없이 저녁일과를 마치고 화장실을 사용하려고 무심히 화장실 문을 열고는 그 안에서 벌어진 상황이 무척 당황스러워 깜짝 놀랐다. 마음속 깊이 잠재되어있던 원초적 본능이 고개를 들어 그를 괴롭혔기 때문이다.
그저 아무생각 없이 문을 열고 들어가려고 하는 찰나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그의 눈에 선명하게 보이는 것은 하얗고 풍만한 여인의 전라가 펼쳐진 나체였다.
어떻게 이런 일이 생긴 지는 모르겠으나. 샤워하러 들어간 젊은 여사님이 실수로 문을 잠그지 않았고, 샤워에 열중하는 매끄럽고 부드러운 여인의 탐스런 육체를 본의 아니게 보게 된 것이다.
탄력이 넘치는 은빛 테두리의 터질 듯한 가슴과 짙은 분홍색의 젓꼭지는 난생 처음 보는 여인네의 육체였다.
순간적으로 거무스름한 사타구니의 모습들이 눈에 들어온 순간 해월은 심장이 미어터질 듯한 강한 압박감을 느꼈다.
세포들이 순식간에 내면을 등진 채, 거대한 힘을 받으며 밖으로 튕겨져 나가빨가벗은 여인을 안고 싶어했다. 몸은 뜨거워져 갑자기 식은땀이 흘러내린다.
여인도 당황한 듯 얼떨결에 짧은 외마디 비명을 질러댔다.
얼른 문을 닫고 정신없이 커튼이 쳐진 간이 침상에 안아 불규칙한 호흡을 가다듬으며 염불을 힘차고 빠르게 외웠다.
“관세음보살…”
해월은 성인 여자의 전라의 몸매를 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흔치 않은 동정남이었다. (44p)
장좌불와에 들어간 지 한 달 만에 지독하고 무서웠던 수마와 싸워 잠을 항복받았다. 수행자 해월은 지극히 고요한 상태에 들어간다. 번뇌 망상을 만들어 마음 안으로 집어넣으려 해도 지극히 고요한 평화는 곧 번민을 흡수해 평화를 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