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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적_4710_지율스님의 산막일지_지율저 (해외배송 가능상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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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적_4710_지율스님의 산막일지_지율저

저자 :지율스님
출판사 :사계절
발행일 : 2017년 01월 16일 출간
페이지수/크기 : 296쪽/150 * 216 * 23 mm /752g
ISBN:9791160940022(1160940029)


[책소개]
지율스님이 기록한 땅에 엎드린 사람들의 심고 가꾸고, 낳고 기르고, 거두고 나누는 이야기

『지율스님의 산막일지』는 '천성산 지킴이', ‘도롱뇽 소송’으로 잘 알려진 지율스님이 경북 영덕 칠보산 기슭의 산막에서 쓴 농사일지이자, 열 가구가 모여 사는 오지 마을 어르신들이 평생 땅을 일구며 살아온 이야기를 담은 에세이이다. 생명을 파괴하는 자본과 권력에 맞선 오랜 단식을 끝내고, 걸음도 걷지 못하는 몸으로 마을에 들어온 지율스님은 심고, 가꾸고, 수확하고, 나누는 어르신들의 모습을 기록하며 죽음의 문턱에서 삶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서로 일손을 보태고 음식을 나누며, 오순도순 투덕투덕 정을 쌓아가는 마을 어르신들의 일상을 통해 자연스레 생명의 귀함과 인간사의 애틋함을 느낄 수 있다. 또한 초봄 땅이 풀리자마자 시작되어 절기에 따라 진행되는 소농들의 농사짓는 이야기를 통해 농촌의 한해살이를 찬찬히 들여다볼 수 있다.

[출판사서평]
자연은 가장 오래된 경전이었다
천성산을 살리기 위해 5차에 걸쳐 단식을 했던 지율스님은 지난 2006년 단식을 중단하고 경북 영덕 칠보산 기슭의 한 마을로 들어갔다. 단 열 가구가 수십 년째 어제와 같은 모습으로 농사를 지으며 살아가는 작은 마을이었다. 처음 한동안은 기웃거리는 외부인에 불과했던 스님은 문 앞에 슬그머니 음식을 놓고 가고, 멀쩡한 데가 없는 낡은 집을 손봐주고, 어설픈 텃밭 농사를 거들어주는 마을 어르신들의 무심한 듯 다정한 보살핌 속에서 조금씩 ‘마을 사람’이 되어간다.
닷새에 한 번 버스가 들어오는 깊은 산속 오지 마을에서도 어르신들은 쉬지 않고 일했다. 봄은 봄대로, 여름은 여름대로 손발을 가만 두는 날이 없었다. 몸도 마음도 상할 대로 상해 삶의 끄트머리에 아슬아슬하게 매달려 있던 스님은 세상 끄트머리 같은 그곳에서 죽음이 아닌 삶 쪽으로 돌아설 수 있었다. ‘봄에 싹이 터서 그해 가을에 열매를 맺고 죽는 일’이라는 ‘한해살이’의 정의처럼, 심고 가꾸고 거두고 ‘죽음’과도 같은 겨울을 보내고 다시 또 씨를 뿌리는 농촌의 삶을 지켜보며 죽음의 터널에서 빠져나와 다시 자기 삶을 심고 가꿀 수 있게 되었다.

처음에는 그저 일을 하고 불편을 감수하면서 그동안 너무나 쉽게 살아진 내 삶을 돌아보겠다고 여유롭게 생각했는데, 지금은 일이 나를 돌보고 있다. 쉴 틈 없이 돋아나는 봄풀처럼 산막의 일은 끝이 없다. 그럼에도 나는 이 땅에 사랑하는 사람의 옷을 뜨개질하는 여유와 정성 같은 것을 들이고 있다. _ 36쪽

자연의 신음소리에 함께 아파하며 쓰러져 가던 지율스님은 바람 소리, 빗소리, 할배의 장작 패는 소리, 댓잎이 사그럭거리는 소리, 할매의 구성진 노랫소리 등 자연의 소리를 들으며 몸을 일으켰다. 긴 겨울 끝에 다시 봄이 오고, 또다시 낫과 호미를 드는 소농들의 삶. 돌고 도는 자연의 순리가 곧 깨달음이요, 경전이었다.

옛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오지 마을 농촌의 한해살이
이 책에는 칠순, 팔순을 넘긴 어르신들이 자기가 태어난 혹은 시집 온 집에서 예전 방식 그대로 농사를 지으며 한 해를 보내는 모습이 담겨 있다. 오랜 시간 변해가는 자연을 기록해온 지율스님은 이 마을에서도 관찰자이자 참여자로서 어르신들의 농사일지를 대신 써내려간다. 한 해 농사를 시작하기 전에 온 마을이 모여 동제를 지내고, 길일을 택해 장을 담그고, 분뇨를 모아 거름을 만들고, 소를 몰아 밭을 가는 식의 전통적인 농경은 이 땅에 얼마 남지 않은 귀한 풍경이라 여기며 사소한 일화 하나까지 꼼꼼히 수집하듯 적어 넣었다.
도시 사람들에게 계절의 변화라고 하면 옷차림이 달라지는 정도겠지만, 농촌에서는 마을 전체가 앉는 자리가 달라지고 하는 일이 바뀐다. 한 장 한 장 달력을 넘기듯 지율스님의 일지를 따라가다 보면, 철따라 달라지는 농촌의 풍경과 쉴 틈 없이 움직이는 농부의 손과 발이 눈앞에 그려진다. 농촌에 고향을 둔 이들이라면 잠시 향수에 젖을 것이고, 마트의 진열대에서 계절 감각을 잃은 도시인들이라면 식탁 위에 놓인 곡식과 작물들이 어떤 노동을 거쳐 온 것인지 대략적으로나마 그려볼 수 있을 것이다.

간략히 보는 지율스님의 농사일지
1월 _ 할배는 마치 조각가가 조각품을 대하듯, 결의 흐름을 흩트리지 않고 장작을 쌓아두신다. 2월 _ 동제洞祭 전날은 일 년에 한 번 차를 불러 온 마을이 온천에 가는 날이다. 할매들은 목욕재계한 후 장을 보신다. 3월 _ 음력 2월 초하루는 ‘2월 할매’가 오시는 날이다. 이날 마을에서는 농한기의 마지막 마을 축제를 벌인다. 4월 _ 아직은 바람이 차지만 할매들은 옷깃을 여미고 장에 나가신다. 봄 장은 장거리가 없으면 돌덩이라도 지고 따라 나선다는 나들이 장이다. 5월 _ 할배들은 못자리를 보러 논에 나가시고, 할매들은 나물하러 뒷산에 올랐다가 해거름이 되어서야 내려오신다. 6월 _ 모내기가 끝나면 보리를 베고, 그 자리에 들깨 모종과 콩을 심는다. 숲에 들어가 줄딸기랑 뽕이랑 앵두도 따고, 매실과 산복숭아를 따서 술도 담근다. 7월 _ 장마가 주춤하자 마을은 감자 캐기에 분주하다. 감자를 캔 다음 날은 어김없이 택배차가 올라온다. 도시에 나간 자식들에게 감자를 부치기 때문이다. 8월 _ 할매들은 밭고랑에 쪼그리고 앉아 고추를 따고, 할배들은 비료를 치고 농약을 뿌리고 밭 가장자리의 풀을 벤다. 9월 _ 한가위 명절 준비에 벌초도 하고, 봄에 뿌린 밭곡식도 거두고, 오갈피와 머루포도를 따서 술도 담그고, 송이도 따러 간다. 얼굴 마주칠 새도 없이 바쁜 계절이다. 10월 _ 봄과 여름에 심어놓은 곡식과 열매들을 수확해야 하기 때문에 첫 서리가 내리는 상강 전후가 일 년 중 가장 바쁘다. 11월 _ 나락 농사가 끝나면 온 마을에 콩 타작하는 소리가 그치지 않는다. 콩 타작이 끝나면 집집마다 메주를 쑤고 김장을 한다. 12월 _ 꿀통은 마을에서 가장 높은 산신각 앞에 있는데 동지 전에 가장 추운 날 꿀을 딴다. 벌들이 추워 집 밖으로 나오지 못하기 때문이다.

누구도 기록한 적 없는 마을 어르신들의 작은 일대기
이 책에 등장하는 마을 사람들은 저마다 분명한 ‘캐릭터’가 있다. 삼십오 년 동안 꼬박꼬박 마을 살림살이를 수첩에 적어온 이장님, 늘 막대사탕을 물고 다니며 사탕이 입안에서 녹는 시간으로 거리를 계산하는 나무 할배, 이십여 년 전 당뇨로 시력을 잃었지만 여전히 나무를 하고 밭일을 하는 자야 아재, 이야기 중에 늘 ‘대한민국’을 끼워 넣는 옥이 할아버지, 구성진 노랫가락에 시름을 잊는 옥이 할매와 진국 할매, 도시에 나갔다가 팔 하나를 잃고 고향으로 돌아와 술에 절어 사는 총각 호영이 등 지율스님은 누구 하나 허투루 쓰지 않고, 짧은 글 안에 그 사람의 삶 전체가 드러나도록 한 사람 한 사람을 성심성의껏 묘사했다.

구십이 넘은 눈먼 할매, 팔순이 넘은 나무꾼 할아버지와 할매, 소를 모는 아재, 호미질로 하루를 시작하는 할매들, 도시에서 싸움질하다 크게 외상을 입고 고향에 들어와 술에 쪄들어 사는 청년, 도시로 나갔다가 고향이 그리워 가족을 두고 혼자 돌아온 초로의 아재, 귀 어둡고 눈먼 가난한 사람들……. 그분들의 거친, 그러나 착한 마음들을 깊이 들여다본다. 사람이 풍경을 좌우한다는 말을 이곳에 살면서 알게 되었다. 마음이 담기지 않을 때는 아무리 아름다운 풍경이라도 한 장의 사진도 찍히지 않는다. _ 114쪽

풀 한 포기, 나무 열매 하나, 도롱뇽 한 마리가 귀하듯 지율스님에게는 할아버지, 할머니 한 분 한 분의 삶이 다 소중했다. 땅에 엎드려 평생을 심고 가꾸고, 낳고 기르고, 거두고 나누어왔지만 삶의 끝자락에 온 지금까지 누구 하나 그들의 삶에 주목하지 않았다. 지율스님은 자신의 삶에 생기와 온기를 불어 넣어준 마을에 은혜라도 갚듯이 할배의 발, 할매의 한숨, 아재의 손, 젊은이의 상처에 두루 눈길을 주고 귀를 기울였다. 그렇게 마음을 다해 완성한 이 책은 곧 마을 어르신들의 작은 일대기이자, 처음으로 기록된 그 마을의 역사이기도 하다.

[목차]
들어가며ㆍ7

1월
광야에서ㆍ18
신수ㆍ19
동장 선거ㆍ20
남아 있는 나날ㆍ22
나무 할배와 나무 할매ㆍ23
바람 소리ㆍ28
샘가의 박새ㆍ29
눈 위의 발자국ㆍ31
소처럼 순하게 살자ㆍ33

2월
묵밭을 일구며ㆍ36
작고 아름다운 오래된 샘가에서ㆍ37
마을 대청소ㆍ39
구정을 앞두고ㆍ41
쑥을 뜯으며ㆍ42
제왕의 추락ㆍ43
쑥국을 끓이며ㆍ45
공양물ㆍ46
봄이 오는 소리(입춘)ㆍ49
훈이와 현이에게ㆍ50
이정표ㆍ52
장 담그기ㆍ53
발렌타인데이ㆍ55
오래된 기억ㆍ56
동제ㆍ58
똥장군을 지고ㆍ61

3월
할미꽃의 슬픈 전설ㆍ64
고추 모종ㆍ65
마음의 예경ㆍ66
두엄을 넣으며ㆍ68
이제는 우리의 밭을 가꾸어야 할 때ㆍ70
2월 할매ㆍ71
한담ㆍ74
고향 친구ㆍ75
마실 오신 할매들ㆍ76
산골 마을 이장님ㆍ80
묘목을 옮겨 심으며ㆍ82
비 끝에ㆍ84
찔레차를 덖으며ㆍ85
묘판 짜기ㆍ87
그래도 개구리가 노래하는 세상이
아름답다ㆍ88
쥐구멍에도 볕들 날 있다ㆍ90

4월
살구꽃 나무 아래서ㆍ95
아름다운 동행ㆍ96
돌보고, 거느리고, 보살피는 동안ㆍ97
할아버지의 방ㆍ98
솥 장수가 왔다ㆍ100
4월의 장터ㆍ102
소를 보았다ㆍ105
영덕 버스 터미널에서ㆍ106
우리의 아이ㆍ107
가재를 놓으며ㆍ108
송아지와 병아리 이야기ㆍ109
더덕 밭에 엎드려ㆍ111
자전거 길에서ㆍ112
4월의 바람ㆍ114

5월
내가 사는 이 암자 나도 몰라라ㆍ118
나무들이 푸른 잎을 펼치는 계절에ㆍ120
부동산 사업자들ㆍ121
부처님 오신 날ㆍ123
나물 길ㆍ124
찔레꽃 향기ㆍ127
저 물논에 심어진 것은ㆍ130
할배의 맨발ㆍ134

6월
퇴비 이야기ㆍ139
옥이 할아버지와 소ㆍ140
이모작, 콩 심기, 거름 만들기ㆍ142
우리 옥이ㆍ144
마늘, 양파 수확ㆍ146
보리 베기ㆍ149
감자 밭에서ㆍ151
할머니와 칼국수ㆍ153
풀과의 전쟁ㆍ154

7월
이장님 댁 밥통 외등ㆍ161
곡물 지키기ㆍ163
감자 수확ㆍ164
아름다운 동행ㆍ167
나무 할배와 사탕ㆍ168
여름의 현ㆍ169
물에 떠내려간 꽃잎들처럼ㆍ173
인드라의 하늘ㆍ174
가슴 졸인 날ㆍ175
돌아갈 수 없는 먼 고향 이야기ㆍ176
자야네 할아버지 제사ㆍ178

8월
지게를 지고ㆍ182
고추 농사ㆍ184
여우비ㆍ186
태양초 말리기ㆍ188
양철 지붕에 올라ㆍ191
할매의 분홍 나일론 이불ㆍ195

9월
이장님 댁 송아지 워우ㆍ198
흙집에 산다는 것ㆍ200
시골 마을버스 기사님ㆍ202
할머니의 쌈짓돈ㆍ204
아름다운 동행ㆍ207
밤을 주우며ㆍ208
가을마당ㆍ209
대목장ㆍ210
허수아비가 되어ㆍ213
한가위ㆍ214
송이 채취ㆍ216

10월
꽃씨 공양ㆍ221
세월ㆍ222
가을걷이ㆍ225
나락을 털며ㆍ229
진흙의 부처님ㆍ231
가을 들판에서ㆍ232
가을마당ㆍ234
하늘의 뜻ㆍ236
하모, 하모ㆍ240
▶◀ㆍ242
가족ㆍ244
백 년 동안의 기억을 묻으며ㆍ246

11월
11월
새끼를 잃고 우는 어미 소의 울음소리를 들으며ㆍ252
동안거 결제일冬安居 結制日ㆍ254
겨울 채비ㆍ255
할배ㆍ256
원행ㆍ258
별똥별을 먹는 마을ㆍ259
갈비를 긁다ㆍ260
소설(김장)ㆍ261

12월 산불 아저씨ㆍ265
겨울 동해ㆍ266
꿀 따기ㆍ267
거름 뒤집기ㆍ269
콩 타작ㆍ271
집에 대한 단상ㆍ273
공양미ㆍ274
예쁘죠?ㆍ276
동지ㆍ278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ㆍ280
황금 고리ㆍ282

지율, 생명의 다른 이름 _ 김택근ㆍ284

[책속으로]
할배집 광과 마당에는 온통 장작이 쌓여 있다. 할배는 마치 조각가가 조각품을 대하듯, 결의 흐름을 흩트리지 않고 장작을 쌓아두신다. 사람들은 그렇게 쌓아둔 장작을 보고 앞으로 십 년은 나무를 하지 않아도 될 것이라고 한다. 그래서 때로는 그것이 준비되고 있는 슬픔처럼 보일 때가 있다. _ 27쪽

아침에 일어나 보니 마루 끝에 떡국 떡 한 봉지와 계란 두 알, 어묵 세 개가 놓여 있다. 어제 저녁 무렵 마을 회차장(차를 돌리는 곳) 근처에서 만난 양지목 할매가 “내일 아침 떡국 잡수러 오셔” 하시기에 “일 없어. 중은 조상도 없고 제사도 없고 명일도 없어” 하고 돌아섰더니 맘이 쓰여 가져다 놓으셨나 보다.
이래서 “고을 군수 셋이 굶어 죽으면 ‘중’ 하나 굶어 죽을까 말까, 구 년 가뭄에 ‘눈먼 중’ 하나 굶어 죽을까 말까 한다”는 말이 있는가 보다.
살아가는 일이 남의 것이 아닌 것이 없다. _ 46쪽

취중에 할아버지께서는 “이렇게 외로울 수가 있나, 이렇게 외로울 수가 있나” 하며 몇 번이고 반복하셨다. 나를 의식하셨는지 할머니께서 핀잔하신다.
“참, 스님도 혼자 살아가는데.”
“할매, 중은 외롭지 않아.”
그렇게 말하며 나는 웃었다.
옥이 할아버지는 이번 명절 때 오지 않은 큰아들 때문에 아무래도 많이 서운하신 모양이다. 기어이 마음속의 생각을 내보이신다.
“이 촌구석에서 자식 오남매 키우고 공부 시키느라고 나는 내 인생도 한번 살아보지 못했어. 그런데도 생각해보면 그때가 사는 것 같았어.”
멀리서 할아버지께서 거름을 넣는 모습을 지켜보다가 나도 모르게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온 들이 울고 있었다. _ 68~69쪽

이슬이 걷히자 호영이 어머님은 구부정한 허리로 염소를 끌고 산비탈 양지쪽으로 오르신다. 염소 세 마리, 토끼 두 마리, 소 다섯 마리, 강아지 두 마리가 호영이네 식구다. 소에게 여물 주고 토끼에게 배춧잎 썰어주고 염소를 양지에 묶어놓고 강아지에게 밥 주고 나면 아홉 시가 넘는다고, 그때서야 호영이네 식구들은 아침을 먹는다고 하신다. 돌보고, 거느리고, 보살피는 동안 호영이 어머니의 허리는 저렇게 구부정해졌으리라. _ 97쪽

할머니의 흙손이 논 가득 초록을 색칠해가는 것을 보면서 그동안 얼마나 많은 탐욕에 길들어왔는지 스스로를 깊이 돌아보고, 우리의 소원이 가난한 시절의 소원들처럼 절실하고 소박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살기 좋아졌다는 세월에 쌀금은 없고, 소 값은 자꾸 내리고, 핵교 다니는 아도 없는데 요상하게 돈 나가는 데는 많고, 할배는 조차대고, 몸뚱아리는 예전 같지 않고, 시어머니 없어도 이눔의 시집살이는 점점 더하니.”
건너 산언덕에서 뻐꾸기 울음소리는 날아오르고 아카시아 향기, 찔레꽃 향기는 무심히 바람에 실려 오는데 높은 웃음소리, 깊은 한숨소리 함께 물논에 심어진다. _ 130~131쪽

소는 시골 농가의 중요한 생활 대책이다. 급전을 돌릴 일이 있을 때, 지붕을 개량하거나 병원 신세를 져야 할 일이 있을 때……. 지난달 소 장사가 찾아와 3년 정도 기르던 암소를 팔 때, 할아버지가 소 등을 쓸어주며 무슨 말인가 한참을 주고받고 나오시기에 내가 여쭈었다.
“뭐라고 하셨어요?”
“우리는 이렇게 인연 지어졌으니 이해하여달라고.”
소들도 할아버지의 마음을 이해하리라는 생각이 든다. _ 140쪽

논에 물꼬를 보고 올라오시는 국화 할배를 고갯길에서 만났다. 맨발에 흰 고무신, 손에 든 삽, 밀짚모자 그리고 등에는 지게를 지고 있다. 경운기 하나 없이 다섯 마지기 논과 천여 평 언덕 밭을 부치는 것은 할배와 할배의 지게이다. 어느 때는 똥장군이, 어느 때는 거름이, 어느 때는 콩이나 고추가 할배의 지게에 실려 있다. 언덕에 앉아 쉴 때도 지게는 할배와 거의 한 몸이 되어 등짝에 붙어 있다.
그렇게 칠십 평생을 살아오셨고 그렇게 살아갈 뿐이다. _ 182쪽

할배는 경운기 한 번 몰아보지 않고 칠십 년 동안 이 산촌에서 농사를 짓고 사셨다. 아니, 농사를 짓기 시작한 것이 언제인지는 모르리라. 팔십사 년 전 농군의 아들로 태어나셨을 뿐이다.
낫과 도끼와 톱과 지게, 그리고 약간의 미장 도구가 할배의 살림살이 전부이다. 할배의 손은 할배의 눈보다 더 많은 것을 기억하고 있다. 그러나 이제 그 기억들은 툇마루 끝에 남은 햇살처럼 비껴간다. 기억의 시간은 빠르고 기다림의 시간은 더디기만 하다. _ 256쪽

[저자소개]
저자 지율. 천성산 산지 습지 훼손을 계기로 환경문제에 관심을 갖게 된 스님은 41만 명이 참여한 도롱뇽 소송의 원고 대리인으로 활동했다. 4대강 공사 착공 이후 산에서 내려와 30여 회에 걸쳐 도보와 자전거로 낙동강을 답사한 후 낙동강 상류 지천인 내성천 영주댐 수몰 지구 안에서 텐트 생활을 하며 〈모래가 흐르는 강〉, 〈물위에 쓰는 편지〉 등의 강 관련 다큐를 만들고 현재 내성천 친구들과 영주댐 철거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그동안 강의 범람원을 만들어주자는 취지에서 ‘한 평 사기 운동’을 전개했고, 4대강 기록관 건립과 웹사이트 운영 등 사진, 영상, 기록을 모아 환경문제의 터전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왔다. 이 책은 스님이 낙동강 도보 순례를 떠나기 전 3년 동안 머물렀던 오지 마을에서 쓴 일지이다.

추천사

김택근(언론인)

지율은 풀을 뽑듯 마음속 아픔과 아쉬움을 솎아냈을 것이다. 소리만으로도 어떤 바람이 부는지, 어떤 비가 내리는지 알 수 있었다. 지워졌던 감성들이 봄볕의 새싹처럼 솟아났다. 지율의 글은 따뜻하다. 철따라 펼쳐지는 산촌 풍경은 건강하다. 볼수록 자연은 가장 오래된 경전이었다. 지율은 날이 선 지난 시간들을 지우고 한껏 풀어졌다. 지율은 풍경 속으로 들어가 산촌의 일부가 되었다. 지율의 이런 섬세함과 순수함이 있었기에 지난날 그리도 강했을 것이다. 지율은 산촌의 어르신들이 세상을 뜨기 전에 ‘지난날’을 보여드리고 싶다. 당신들이 살았던 마을이 극락이고, 그 세월이 천국의 시간이었음을 알려드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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