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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적 722..10년 간의 하루출가 (정석희 저) (해외배송 가능상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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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서적 722..10년 간의 하루출가

저자 : 정석희
출판사 : 황소자리
발행일 : 2009. 4. 14
페이지수/크기 :  288page/152*225(A5신)

전국 사찰들을 순례하며 깨달은 부처의 가르침!

IMF때 감원사태에 휘말려 은행지점장직에서 퇴직한 한 가장이 있다. 앞만 보며 열심히 달려왔지만, 허무하게 밀려난 울분과 허탈함을 견디지 못하고 산에 올랐다. 그는 청계사의 스님에게서 큰 깨달음을 얻고 홀로 가는 법을 익히기 위해 하루 출가를 떠나기로 결심한다. 이 책은 IMF때 같은 직장에 몸담았다 실직하게 된 가장들이 들려주는 자기수행 기록이다. 전국의 물좋고 산 좋은 곳에 있는 산사들을 찾아다니기 시작하면서 '나를 찾아 떠나는 하루출가'라는 이름이 붙게 되었다. 생각을 같이 하는 이들이 모여 10년간을 한결같이 사찰 순례 여행을 떠났다. 저자 정석희는 버스 안에서 느끼고 생각하는 바를 솔직하게 털어놓으며 여행의 동반자들에게 '생활법문'을 들려주었다. 하루출가가 100회를 넘어서며 그간 쏟아놓은 이야기들을 정리하여 책으로 펼쳐낸 것이다.
 
절망의 자리에서 시작된 IMF 실직자들의 특별한 자기수행!

매달 한 번씩, 흔들리는 버스에 몸을 실은 지 10년.
삶이 이토록 평온해질 줄 그때 우리는 아무도 몰랐다.

지난 겨울은 혹독했다. 수은주보다 가파르게 곤두박질치는 각종 경제지표 속에서 우리 삶은 예측불허의 미궁 속으로 내동댕이쳐졌다. 착실히 불어났어야 할 펀드투자금은 반토막났고, 사회에 첫 발을 내디디려던 학생들은 취업준비생이라는 딱지를 붙인 채 학교에 남아야 했다. 실직자가 급증하고, 성취와 승리의 메시지를 소리 높여 전파하던 사람들조차 좌표를 잃은 채 허둥댔다.
만만치 않은 겨울을 견디며, 적지 않은 사람들은 그리 오래지 않은 기억을 떠올렸다. 10년 전 그 겨울도 지금과 비슷했다. 그때 졸지에 삶의 터전에서 내몰린 사람들은 지금 어떻게 살고 있을까.

10년 전, 어느 가장의 이야기
한 남자가 있었다. 정부수립과 전쟁, 경제개발의 현대사를 지나온 대다수 삶이 그렇듯, 그의 젊은 시절은 신산했다. 공부를 하기 위해서 장학금 주는 곳을 발 아프게 찾아다녔고, 군에 입대해서야 비로소 하루 세 끼를 밥으로 먹었다.
은행원이 된 뒤, 그의 삶은 다소 안정을 찾았다. 네 자녀를 대학 공부시키고 반듯한 사회인으로 길러내겠다던 소망도 착착 실현되는 중이었다. 사람들이 '중산층'이라고 부르던, 평범하고 소박한 삶이었다. 하지만 그 행복에 어느 정도 구력이 붙을 즈음, IMF 사태가 닥쳤다. 평생직장이라 믿었던 곳에서 사람들이 뭉텅뭉텅 잘려나갔다. 지점장으로 네 번째 지점을 지키던 그 역시 낙오했다.
통제되지 않는 울분과 허무를 어금니 사이로 토해내면서 그는 혼자 산에 올랐다. 쉬지 않고 걸어 당도한 청계사에는 석지명 스님이 주지로 계셨다. 스님은 그에게 말했다.
"실망하거나 좌절하지 마십시오. 무엇을 원망하지도 마십시오. 나쁘기만 하거나 좋기만 한 일은 절대로 없습니다. […] 그리고 홀로 가십시오. 홀로가 아니면 안 되는 일이 있습니다."
그날, 그는 선명한 화두 하나를 안고 산을 내려왔다. 저자는 홀로 가는 법을 배우기 위해, 홀로 가는 법을 익혀야 할 또 다른 사람들과 함께 길을 떠나기로 마음먹었다.

말 속에서 깨닫다
이 책 [10년 간의 하루출가]는 IMF 실직자들이 절망의 자리에서 시작한 특별한 자기수행 기록이다. 책 속에는 저자를 비롯한 동료들이 사찰 순례 여행을 통해 서로의 아픔을 보듬고, 삶을 윤택하게 가꿔온 10년 간의 이야기가 잔잔하고 감동적인 풍경으로 펼쳐진다.
한 달에 한 번 '나를 찾아 떠나는 하루출가'라고 이름 붙인 여행을 떠나며, 저자 정석희는 흔들리는 버스 안에서 길동무들에게 법문을 해주기 시작했다. 고승대덕이나 전문강사를 초대할 수 없는 작은 모임이기에 회장인 그가 궁여지책으로 떠맡은 일이었다. 그 흔한 불교대학 문턱에도 가보지 못했고, 알고 지내며 가르침을 받은 스님도 없었지만 그의 말에는 유리 항아리 같던 동료들의 마음을 부드럽게 어루만지는 힘이 있었다. 한결 편안해진 그들의 표정을 보면서, 정석희는 자신의 말에 사명감을 실었다.
불법은 멀리 있지 않았고, 법문의 소재는 모든 곳에서 솟아나왔다. 신문에서 읽은 천문대 짓는 노인 이야기를 하면서는 무한과 자유에 대해, 명나라 주원장의 일화를 들려주며 적선과 자비에 대해 논했다. [화엄경][반야심경]등 경전을 해석하기도 하고, 때로는 종교의 벽을 넘어 가톨릭이나 기독교 교리에 천착하는 시간도 가졌다. "불교란 무엇입니까?" "깨달음이란 무엇입니까?" 사람들이 던지는 질문에 대답하며 그의 법문은 점차 깊이를 더해갔다.
길 위에 서다
은행이라는, 남들이 그토록 부러워했던 울타리 속에서 살다 하루아침에 조직에서 내동댕이쳐진 장년의 무리. 자유에 익숙하지 못했던 그들은 조직에서 살던 관성으로 끼리끼리 모이곤 했다.
사람들은 술잔을 기울이며 '누구는 연줄이 좋아 재취업을 한다' '시골에 땅이 많은 누구는 귀농을 한다' '평생 처음으로 실컷 놀아볼까 한다'는 말들을 나눴다. 그러다 평소 불교에 관심이 있던 사람들이 모여, 매월 한 번씩 유명한 사찰을 순례하기로 했다. 진작부터 불교의 가르침에 귀기울이고 싶었지만, 직장생활을 할 때에는 마음의 평화를 위해 한 조각 시간을 내는 일도 수월치 않았었다. 하지만 이제 그들에겐 철철 흘러넘치는 시간이 있었다.
한일선우회. 한 달에 한 번, 하루짜리 출가 여행을 떠난다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정해진 것 없는 모임이었다. 참가비는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2만 원이다. 버스 이용료, 점심값과 간식값, 고속도로 요금, 주차요금, 사찰 입장료, 여행자 보험료, 스님 법문 사례비, 공양주 보살 수고비, 기도비, 연등값 등등을 충당하기에는 턱없이 적은 액수였지만 늘상 먹고 마실 것이 넘치는 신기한 여행이었다. 참석을 못하고도 회비를 보내는 이, 떡과 물을 개인 부담으로 자청하거나 점심 식대를 단독으로 내겠다는 이, 특별 보시금을 내는 이……. 서로 셈하지 않고도 긴 세월 모임을 꾸려올 수 있었던 것은, 생의 곤곤함과 좌절을 두루 겪어내며 말없이 상대의 처지를 헤아릴 줄 아는 마음씀을 터득했기에 가능했으리라.

인생의 완성을 향해 걷다
물이 스스로 길을 내듯 자유롭게 떠난 이들의 여행은 100회를 넘겼다. 동행한 이들만도 연인원 4,000명에 이르렀다. 먼 곳은 해가 긴 날을 골라 떠났고, 도로가 막혀 차 안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면 서로 질문을 하거나 회장의 법문을 경청했다.
상원사 적멸보궁을 시작으로 웅장하고 유적 많기로 소문난 구례 화엄사, 금수산 자락의 깎아지른 절벽 위에서 그림 같은 청평호를 내려다보는 정방사, 비구니 스님들이 공부하는 절 운문사, 오랜 시간 잊혀져 있었지만 다시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절 청량사, 시간의 깊이와 향기를 품고 있는 예산 수덕사, 고승들이 수도하는 유서 깊은 절 천장사, 원효와 혜공의 전설이 깃든 포항 오어사, 성지순례를 떠났던 인도와 네팔……. 누군가는 "대한민국에서 가볼 만한 곳은 딱 한 군데"라며 그들의 버스여행을 추천하기도 했다.
그렇게 10년. 그들의 삶은 몰라보게 평온해져 있었다. 그저 늙어가는 서로의 마음을 위로하고, 제 뜻처럼 되지 않는 자식들 이야기에 맞장구치며 소소한 일상을 나누는 사이, 부처의 가르침은 그들의 삶 속 깊숙이 들어와 있었던 것이다. 처음 여행을 떠날 땐,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일이었다.

힘겨운 인생을 건너는 전범典範이 되다
이 책[10년 간의 하루출가]에서 저자는 그동안 일행들에게 들려준 법문에서부터 계절 따라 바뀌는 전국 사찰들의 풍경, 10년을 거치며 서서히 성장해온 그이들의 행복한 인생 후반생 등을 생생한 목소리로 들려준다. 그 자체로 탁월한 법문서인 동시에 전국 각지의 사찰들을 소개하는 테마 여행서이고, 무엇보다 사람들의 고단한 나날을 위무해줄 수준 높은 응원가인 셈이다.
세상이 아무리 예측불허의 지뢰밭일지라도 다친 심신을 회복시킬 묘약 역시 이 세상 안에 존재한다.
이 책 속 주인공들이 탄 버스에 함께 올라 가만히 귀를 기울이다보면 독자들은 불법이 산중 명찰에만 있는 게 아님을, 내 맘 같지 않은 세상사에 분노하거나 조급증내지 않고도 평화와 행복을 얼마든지 내 삶 안으로 끌어들일 수 있음을 깨닫게 될 것이다.
  
 
생각을 같이 하는 사람들이 서로를 알아보고 무리를 지었다. 같은 직장이라는 인연으로 만난 우리는 전국의 물 좋고 산 좋은 곳에 위치한 산사들을 찾아다니기 시작하면서, 이 여행을 '나를 찾아 떠나는 하루출가'라고 부르게 되었다. 길을 따라 여행을 하다보면 목적지에서 보내는 시간보다 버스 안에 갇혀 있는 시간이 갑절 이상 길었다. 그 시간의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서 사람들이 나에게 이야기를 시켰다. 처음에는 서툴게 시작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흔들리는 버스에서 이야기를 하는 것에도 익숙해지고 말도 다듬어졌다. 내가 느끼고 생각한 바를 솔직히 털어놓는 이야기들은 소박하기만 하였으나, 듣는 사람들은 그것을 '생활법문'이라 부르며 좋아해주었다.
(/ pp.6~7)

1부 구름: 생각을 일으키는 그림자

그날 나는 은행을 그만둔 뒤 처음으로, 그것도 뜻하지 않게 혼자 걸어야 했다. 내 나이 쉰여섯. 누구에게 말을 걸고 싶지도 않았다. 아직도 가슴을 짓누르는 울분과 허무를 어금니 사이로 토해내면서 쉬지 않고 묵묵히 걸었다. 땀이 살갗을 비집고 나와 땅으로 곤두박질친다. 내 것이 쏟아져서 산과 섞인다. 거친 심장 고동을 감내하며 풀무질해대는 허파와 후들거리지 않는 두 다리가 새삼 고마웠다. 매봉바위에 걸터앉아 과천 쪽을 바라보면서 아내가 싸준 김밥을 먹었다.
혼자 바람을 맞고 있으려니 평소에 못 보던 것들이 더 많이, 더 멀리 눈에 들어왔다.
(/ p.15)

어느 유명한 선승이 말하기를, '홀로'라는 말은 어디에도 물들지 않은 채 순수하고 자유롭게, 부분이 아닌 전체로서 당당히 있는 것을 의미한다고 했다. 나는 홀로 된 덕택에 '홀로 가라'는 좌우명 하나를 얻었다.
(/ p.18)

처음으로 동행하는 손님들은 직장에서 세 번째로 잘려 나온 사람들이었다. 50대에 잘린 우리와 달리, 이들은 40대였다. 아직 조직의 허리로서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어야 할, 할 일이 많은 인재들이다. 자녀가 유치원이나 초등학교에 다니는 어깨 무거운 가장이기도 하다. 그들도 그간 두 차례의 감원을 피해나가면서 안도했겠지만, 그 안도는 잠시의 유예로부터 비롯된 것이었다. 이제 아무도 그들을 보듬거나 위로해줄 수 없었다. 그들과의 동행은 유리 항아리를 지고 산길을 걷는 기분이었다.
(/ p.24)

항상 적자가 날 수밖에 없는 당연한 현실을 이해하기 때문에 참석을 못하고도 회비를 보내는 사람이 있다. 그리고 거의 매번 한두 사람이 특별 보시금을 낸다. 어떤 이는 떡과 물을 개인 부담으로 자청하기도 하고, 때로는 점심 식대를 단독으로 내겠다고 나서기도 한다. 별 예고 없이 음료와 과일, 간식, 사탕 등을 가져와서 나누어주기도 한다. 그러다보니 여러 해를 지내면서 셈을 해보면 신기하게도 저축한 통장의 잔고는 결코 줄지 않고, 매번 먹을 것 마실 것이 넘친다. 방문하는 절에서나 길에서나, 운전기사에게도 야박하지 않게 생색까지 내면서 모임이 운영된다.
(/ p.29)

얘기가 끝난 것은 산청을 지날 때쯤이었다. 길 옆으로 푸른 남강의 지류가 흐르고 봄꽃들이 흐드러졌는데, 일행 중 몇 명은 가느다란 한숨을 쉬고 있었다. 이미 중년을 훌쩍 넘겨 삶의 곤곤함을 겪어보았기 때문일까. 봄의 화사함 속에서도 겨울의 황량함을 보는 연민을 나누었다.
(/ p.74)

태어났으니까 죽음이 있는 것처럼, 낳았으니까 성가시게 하는 것이다. 원인 없는 결과는 없다는 말이다. 자식 때문에 일어나는 걱정과 분함은, 키워주고 공부시켜준 것으로 채권·채무가 다 상쇄했다고 정리하자. 제대로 자식 노릇하기도 힘든 세상이지만 부모 노릇 잘하기가 더 어렵다는 사실에 생각을 멈추어야 한다. 낳는 일은 아무나 하지만 좋은 부모는 아무나 되지 않는다. 문제의 원인을 외부에서 찾지 않고 나의 문제로 귀결시키는 것이 우리가 불법을 공부하는 요체다.
(/ p.86)

2부 비: 마음의 밭을 적시는 소리

방은 지나치게 단출했다. 구석에 덩그러니 놓인 나무책상 위에 조류도감 한 권이 올려져 있을 뿐이었다. 내가 그 책에 관심을 보이자 스님은 이야기보따리를 풀어놓았다.
눈이 많이 쌓였던 어느 해 겨울, 암자 근처에 유난히 많은 산새들이 모여들어 지저귀는데 꼭 배가 고파서 조르는 소리로 들렸다고 한다. 측은한 마음에 스님이 마당 구석진 곳에 눈을 쓸어내고는 낟알을 좀 놓아두었더니 한 놈 두 놈 눈치를 보며 내려와서 쪼아 먹더란다. 그 일 이후 녀석들이 온 숲에 소문을 퍼뜨렸는지 이제는 때만 되면 마당 구석의 밥상 위에 온갖 새들이 다 내려앉아서 모두 한 식구가 되었다고 한다.
(/ p.98)

스님은 마치 연주자가 앙코르 공연을 하듯, 이야기 한 토막을 들려주었다.
"한 집안 3형제가 같은 날 죽어서 저승에 갔는데 모두 억울하다고 하니 염라대왕이 듣기에도 딱한 바가 있었나봐요. '너희를 다시 살릴 수는 없지만 원하는 대로 새로 태어나게 해주겠다' 하고는 각각 소원을 말하라 하니, 첫째는 부자로 태어나게 해달라고 하고, 둘째는 권력을 갖게 해달라고 해서 둘 다 바라는 대로 해주겠노라고 약속을 했어요. 말이 없던 셋째에게 소원을 묻자 셋째는 '마음에 맞는 여자 만나서 먹고살 만한 정도의 땅을 일구며 아들 딸 낳고 오순도순 행복하게 살게만 해주십사' 빌었어요. 그러니까 염라대왕이 '야 이놈아 그런 데 있으면 차라리 내가 가겠다'고 했답니다. 자기의 분수를 알고 그것에 만족하면서 사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아시겠지요."
(/ pp.138~139)

석양에는 일을 멈추고 연장을 씻어야 합니다. 석양에는 아침의 싱그러움과 한낮의 들뜬 열기와는 비교할 수 없는 여유와 아름다움이 있습니다. 사소한 것이 소중해지고, 보지 않던 것이 보이고, 들리지 않았던 소리가 들립니다. 이것은 석양의 의미를 아는 사람만이, 인생 자체를 즐기는 사람만이 느낄 수 있는 보물입니다. 이런 노래를 부르면서 인생을, 늙음을 받아들이는 것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 p.166)

3부 강: 바다로 가는 여정

우리가 고민해온 과제가 여기에 있습니다. 붓다의 가르침은 한 마디로 요약하면 '너 자신으로 돌아가라'입니다. 공이니 연기니 바라밀이니 하는 것은 곁가지입니다. 곁가지에는 열매가 맺지 않습니다. 세상을 사는 지혜와 덕목이라는 예의, 도덕, 자비, 사랑 등의 본질은 '입장 바꾸기'입니다. 이제 마무리를 할까요. '내가 남을 보듯 내가 나를 보는 것.' 그것이 깨달음 아닐까요? 이 선생 생각은 어떻습니까.
(/ p.192)

마침 한 어린 소년이 쏟아버린 재가 우리 쪽으로 풀풀 날아왔습니다. 아무도 말이 없었습니다. 우리가 알지 못하는 어떤 사람이 불타고 난 재가, 미처 강에 스며들지 못하고 우리의 머리카락과 옷자락에 살포시 내려앉는 것을 보며, 모두들 말을 잃은 채 그것을 바라볼 뿐이었습니다.
인간이 가장 겸손하고 진실되며 평온한 때는, 아마도 죽음에 당면해 그것을 온전히 받아들이는 때일 것입니다. 안타까운 것은 그러한 성숙이 너무 늦게, 마지막이 다 되어서야만 온다는 것입니다. 살아서 남의 죽음을 통해 나의 끝을 미리 돌아본다는 것이 갠지스 강을 다녀가는 사람들이 챙기는 선물입니다.
(/ p.199)

우리나라의 한 유명 인사가 달라이 라마를 만나서 "당신은 진정 해탈을 원하십니까?" 하고 물었더니, 달라이 라마는 "아니요. 환생을 원합니다."라고 대답했다고 한다.
일행 중 한 사람이 말했다. "다시 산다는 것, 너무 좋지 않나요? 그 놈의 공부하고 시험만 없으면 말이죠."
(/ p.210)

범어사에서 돌아오는 머나먼 귀경길, 일행 중 한 여성이 잔잔한 호수에 돌 하나를 던지듯 질문했다.
"불교란 과연 무엇입니까?"
어린아이의 질문에 답하기가 어렵듯, 너무 기본적인 것을 물으면 황당해진다. '2,600년 전 큰 깨달음을 얻은 석가모니 붓다의 가르침을 배우고 믿는 종교'라는 정도의 평범한 답을 그녀가 몰라서 물었을 리는 없다. 이제까지 90차례 하루출가 여행을 다니면서 듣고 말하기를 반복하지만, 결국 우리는 이 한 가지 물음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 p.264)

나는 내 안의 변화와 선택의 결과를 이렇게 말할 수 있습니다. 예전 젊은 날의 나보다 훨씬 열린 사람이 됐다는 것, 무엇이든 받을 때보다는 베풀 때 즐겁다는 것, 입으로 짓는 죄가 얼마나 큰가를 절실히 알게 됐다는 것 그리고 죽음에 대한 수용의 폭이 커졌다는 것입니다. 자녀들의 성공, 경제적 안정 같은 것은 오히려 곁가지였습니다. 자신에 대한 성찰과 혁신을 통해 얻어내는 자기에 대한 믿음, 홀로 담대하게 살 수 있는 용기가 가장 소중한 수확이었습니다.
(/ p.274)
  
 

- 정석희
1943년 경남 진주 출생. 여덟 살 때 6·25 전쟁을 겪었고, 할머니와 삼촌 그리고 아버지를 잃었다. 그해 사천군 산골마을로 들어가 할아버지, 어머니와 함께 땔나무 하고 농사를 지으며 살았다. 초등학교를 마친 뒤 서당을 다녔고, 장학금 주는 곳을 찾아서 중고등학교와 대학교 공부를 했다. 중앙대 경제학과 재학 중 군에 입대해, 철들고 나서 처음으로 하루 세 끼를 밥으로 먹었다.
1971년, 한일은행에 입사했다. 지점장으로 네 번째 지점을 맡았을 때 IMF 사태를 맞았고 1998년 명예퇴직을 했다. 1999년부터 비록 퇴직했지만 같은 직장이라는 인연으로 만난 이들끼리 전국의 이름난 산사들을 찾아다녔다. '나를 찾아 떠나는 하루 출가'라고 이름 붙인 우리의 여행은 10년 동안 100회를 넘겼다. 흔들리는 버스 안에서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 마이크를 잡고 서툴게 들려주기 시작한 법문이 두툼하게 쌓여 한 권의 책이 되었다.
1남 3녀를 두었고, 저서로는 수필집 [보리는 늦가을에 씨를 뿌렸다]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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