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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적 2770..수월관음의 탄생(하나의 작품은 하나의 경전이다) (해외배송 가능상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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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서적 2770..수월관음의 탄생(하나의 작품은 하나의 경전이다) 

저자 : 강우방
출판사 : 글항아리
발행일 : 2013. 04. 29
페이지수/크기 : 368쪽 |190 * 250 mmㅣISBN-10 : 896735049X | ISBN-13 : 9788967350499

[책소개]
수월관음, 그 엄청난 상징을 깨운다!

하나의 작품을 깊이 있게 남김없이 이해하고 음미하는「새로 쓰는 한국미술 열전」시리즈. 1차분은 미술사학자 강우방 선생이 ‘한 작품을 한 권의 책으로 읽는다’는 새로운 형식으로 구성했다. 우리가 미술 작품에서 미처 생각하지 못하고 지나치는 것이 얼마나 많은지, 미술사의 잘못된 지식과 상식이 작품의 진실한 내부에 도달하는 데 얼마나 큰 장애물로 작용하는지 하나하나 짚어나간다.
제 1권 『수월관음의 탄생』은 일본 다이토쿠 사 소장 고려 수월관음도를 영기화생론으로 읽어낸 책이다. 멀리 파도치는 바다, 고요한 달밤 아래 미소 짓는 관음보살, 바람에 날리는 백의 자락, 그 아래 역동적인 인물들의 지날음 등 아름다운 화폭에 숨겨진 상지의 비밀을 풀어냈다. 작품을 사상으로 인식한다는 것은 정연한 교리체계로 인식한다든지, 이론을 통해 대입시켜 이해한다든지 하는 게 아니라 철저하게 표현 하나하나를 통해서 실증적으로 그 의미를 구해나간다. 무엇보다 치열하게 생명과 생성의 과정으로 고대예술의 중심적 특징을 발굴해내고 있다.

[출판사서평]
한 편의 작품을 한 권의 책으로 읽어내는
‘새로 쓰는 한국미술 열전’ 시리즈 제1권
강우방의 『수월관음의 탄생』 출간

이 책은 역사상 수많은 수월관음도 중 가장 완벽한 미학이라 손꼽히는 일본 다이토쿠 사 소장 고려 수월관음도를 영기화생론으로 읽어냈다. 그 예술성과 역사적·철학적 가치에 비해 아직 제대로 된 논문 한 편 없는 수월관음도를 방대한 분량의 책으로 썼다는 것 자체가 놀라운 사건이라 할 것이다. 멀리 파도치는 바다, 고요한 달밤 아래 미소 짓는 관음보살, 바람에 날리는 백의 자락, 그 아래 역동적인 인물들의 치달음……. 아름다운 화폭에 숨겨진 상징의 비밀이 풀려 나올 때 독자들은 예술작품에 대한 인식의 지평이 순식간에 확대되는 놀라운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새로 쓰는 한국미술 열전’ 시리즈 소개

글항아리에서는 『수월관음의 탄생』을 첫 권으로 ‘새로 쓰는 한국미술 열전’ 시리즈를 독자들에게 선보인다. 이 시리즈의 1차분은 미술사학자 강우방 선생의 필생의 공부가 ‘한 작품을 한 권의 책으로 읽는다’는 새로운 형식을 빌려 표출되는 장으로 꾸며진다.
그동안 우리 인문학의 미술 읽기는 다채로운 이론들의 전시장이나 미술을 발화점으로 삼아 사상이나 에세이를 펼쳐놓을 때가 많았다. 그에 비해 작품 그 자체의 구조나 의미, 상징들의 관계를 세밀하게 읽어내는 시도는 흔하지 않았다.
하지만 세밀하고 정확하게 작품을 이해하는 일이야말로 미술을 보고, 느끼고, 읽는 기본 중의 가장 기본이며 인간의 미적 교양을 함양하는 데도 필수적인 기반이다. ‘새로 쓰는 한국미술 열전’ 시리즈는 우리가 미술 작품에서 미처 생각하지 못하고 지나치는 것이 얼마나 많은지, 미술사의 잘못된 지식과 상식이 작품의 진실한 내부에 도달하는 데 얼마나 큰 장애물로 작용하는지 하나하나 짚어나갈 계획이다.
하나의 작품을 깊이 있게 남김없이 이해하고 음미한다는 것이 이 시리즈의 방침이다. 새로 쓰는 한국미술 열전은 이러한 각론이 쌓여서 하나의 통사를 구성할 수 있다는 믿음에서 착안했다. 글항아리에서는 앞으로 ‘한 권의 책으로 한 작품을 읽어내는’ 이러한 시도를 천천히, 하지만 확고하게 확대해나갈 계획이다.

1. 하나의 작품을 하나의 책으로

고구려 안악3호분은 다양한 화면 구성과 유려한 표현으로 고구려의 생활상이 가장 잘 표현된 벽화 중의 하나로 손꼽힌다. 화려한 행렬도와 묘주부부상, 푸주간과 주방의 모습 등은 우리의 상상력을 자극한다. 만약 이 안악3호분 벽화를 책 한권으로 읽어내는 시도가 이뤄진다면 어떨까? 아주 세밀하게 선 하나, 공간 하나, 인물의 표현과 의상, 신분, 인물들의 관계, 표현에 담긴 고대인의 신앙, 춤과 사랑, 안료의 질감까지 완벽하게 분석해주는 책이 나온다면? 아마 상당히 많은 독자들이 비상한 관심을 보일 것이다. 모르긴 몰라도 안악3호분의 세계로 깊게 들어가 그 시대의 정신과 이미지를 손에 잡힐 듯 만져본다는 것은 충분히 매력적인 것임은 분명하다.
길을 걸을 땐 모르지만, 고개를 숙여 땅을 들여다보고 파보면 수많은 생명들의 움직임을 관찰할 수 있다. 마찬가지로 훌륭한 예술작품은 확대경을 들이대고 살펴볼수록 음미할만한 이야기들이 계속 풀려나온다. 『수월관음의 탄생』은 일본 다이토쿠 사大德寺 소장 고려 수월관음도에 확대경을 들이댄 책이다. 오직 이 한 작품을 읽기 위해 전심전력을 다한 책이다. 수월관음도의 역사와 유래, 다이토쿠 사 수월관음도 속의 상징분석, 풍부한 콘텍스트 속에서의 작품 해석을 시도했다. 다이토쿠사 소장 고려 수월관음도는 역사상 그려진 40여종의 수월관음도 가운데 가장 완성도가 높고 예술적 표현이 풍부하다. 따라서 다이토쿠 사 소장 고려 수월관음도를 읽어내는 일은 수월관음이라는 불교적, 예술적 기획을 이해하는 일이면서 동시에 일반인들은 어렵고 난해하기만 해서 관심조차 가질 수 없었던 한 예술분야와의 멋진 만남이 될 것이다.

2. 하나의 작품은 하나의 경전이다

불화는 교의를 담게 마련이다. 경전이 암송을 통해 그 진의에 닿는 수행의 도구이듯이 불화 또한 감상을 통해 깨달음으로 중생을 인도하는 경전적 속성을 지닌다. 말과 글을 통해 종교적 깨달음을 표현하는 데엔 한계가 있다. 그래서 우리 조상들은 말로 바꿀 수 없는 깨달음, 언어적 표현 너머에 있는 어떤 진리를 그림을 그려 나타냈다. 『수월관음의 탄생』이 “하나의 작품은 하나의 경전이다”라는 부제를 붙인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책에서 저자는 사상의 완정한 표현이라는 관점에서 수월관음도를 조망하고 있다. 수월관음이라는 상징을 통해서 옛 화가는 무엇을 표현하려고 했을까. 화면의 달빛과 거친 파도, 날리는 백의자락, 관음보살의 발 아래애서 여러 기물을 들고 역동적으로 움직이는 생명체들은 무얼 하고 있나. 이런 의문을 하나하나 해결해나감으로써 우리는 다이토쿠 사 소장 고려 수월관음도에 내재된 놀라운 의미망을 깨달을 수 있다. 그것은 기존의 상식이 철저히 해체되는 새로운 인식의 경험이 될 것이다.
‘하나의 작품은 하나의 경전이다’라는 말 속에는 일종의 사상으로서의 작품 읽기 시도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 그러나 이 책에서 작품을 사상으로 인식한다는 것은 정연한 교리체계로 인식한다든지, 이론을 통해 대입시켜 이해한다든지 하는 게 아니다. 『수월관음의 탄생』은 철저하게 표현 하나하나를 통해서 실증적으로 그 의미를 구해나간다. 선, 색채, 공간, 방향, 농도 등 이러한 모든 것에 은은하게 사상이 내려앉아 있음을 밝히는 과정이다. 미술사적으로 보자면 해석의 경쟁을 벌이는 두 극단의 봉합이라고 볼 수도 있다. 사상적 줄기와 닿지 못하고 디테일의 감상만으로 흩어지는 경향과, 사조나 유파의 논리로 혹은 시대정신의 부산물로, 더 나아가 철학적 의미탐구의 들러리로 작품이 세워지는 경향 모두와 차별된다. 『수월관음의 탄생』은 표현의 사상, 사상의 표현에 대한 깊이 있는 탐구이기 때문이다. 물론 그것이 완벽히 언어화되지 못했다고는 하더라도 우리는 표현의 사상과 사상의 표현이 서로 만나서 길을 이루는 도정에 서는 경험을 맛볼 수 있다.

3. 관음보살은 원래부터 있는 게 아니라 지금 태어나는 중이다

다이토쿠사 소장 수월관음도에는 많은 상징이 숨어 있다. 우선 달밤과 파도치는 바다가 있다. 일각一脚으로 가부좌를 튼 채 비스듬히 앉아 있는 관음보살이 있고 보살의 손 옆엔 정병에 버드나무가 꽂혀있다. 관음보살 뒤엔 대나무가 서 있고 새 한 마리가 꽃을 물고 있다. 관음보살의 발은 연꽃처럼 보이는 받침 위에 얹혀 있고, 그 아래엔 남녀로 이뤄진 무리가 손에 뭔가를 들고 무언가에 도달하려고 한다. 조금 곳에선 반인반수의 생명체가 큰 향로와 쟁반에 무언가를 담아 밀고 끌면서 가고 있다. 바다 위엔 연잎처럼 보이는 것 위에 오른 선재동자가 손을 합장하고 무언가를 기원하는 중이다.
더 자세히 보면 관음보살 주위를 원형의 광배가 둘러싸고 있다. 보관에서부터 내려와 전신을 감싸고 있는 투명한 천의天衣가 우아함을 더한다. 백의나 천의나 치마 등의 의복에 표현된 치밀한 무늬뿐 아니라 목걸이·팔찌·보관의 화려한 장식 등은 보살의 고귀함을 돋보이게 한다.
여기서 한 단계 더 들어가면 화면 하단의 13명의 무리 중 맨 앞의 남자인물 머리 위로는 뿔이 솟아 있다. 즉 그 인물이 용을 의인화한 용왕이란 것을 알 수 있다. 마찬가지로 반인반수의 괴수의 손과 발에는 날카로운 손톱, 발톱이 있고, 몸에는 온통 비늘무늬가 있으며 등줄기의 무늬가 용의 지느러미와 똑같아서 전체적으로 용의 독특한 형태적 요소를 모두 구비하고 있다. 그것을 암시하는 듯 오른손으로는 큰 보주寶珠를 담은 커다란 승반承盤을 머리 위에 받들고 왼손으로는 역시 커다란 산호를 옆에 끼고 힘차게 나아가고 있다.
하지만 이것으로도 이 도상이 의미하는 바를 알 수 없다. 저자는 여기서 한 단계 더 들어간다. 그것은 바로 13명의 영적 인물과 관음보살이 만나는 지점이다. 눈과 정신을 모아 화면을 다시 들여다보면 여러 인물이 손에 들고 있는 것은 관음보살에게 공양을 바치는 음식이나 물건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용왕의 손엔 아주 특이한 모양의 향로가 들려 있으며, 용왕비 또한 승반에 산호를 담았고 그 위로는 엄청난 기운이 발산하고 있다. 험상궂은 사내의 등에 업힌 아이의 손에 들린 구슬에서도 연기처럼 보이는 붉은 기운이 솟아나고 있다.
그들과 조금 떨어진 세 영수靈獸의 지물에서도 아주 강력한 기운이 솟아오르고 있다. 눈은 모두 관음보살을 향하고 있으며 피어나는 기운들도 모두 관음보살을 향하고 있다. 즉 영기靈氣들이 뚜렷한 목적을 갖는 듯 보인다. 어떤 목적일까. 저자는 관음보살의 영기화생, 향기화생으로 파악한다. 즉, 13명의 인물이 관음보살을 탄생시켜서 나타나게 한 것이라고 말이다. 달밤의 신비로운 잉태의 기운과 모든 생명의 근원인 물, 물 중에서도 가장 거대한 힘을 지닌 바다의 힘을 빌려 관음보살을 탄생시키고 있다고 말이다. 물을 정화시켜 그 주변에 생명을 키우는 산호를 상징으로 삼아 그 안에서 피어난 영기의 작은 싹이 점차 스스로의 생명을 전개시켜 복잡해지고 궁극적으로는 백의자락부터 시작해 관음보살을 빚어내고 있다고 저자는 분석한다.
이것은 놀라운 인식의 전환이다. 관음보살이 원래부터 그 자리에 있었고 인물들이 무언가를 빌고 원하는 소원을 말하기 위해 보살에게 공양을 바치고 기원하는 것이 아니라, 관음보살을 바라는 마음들이 특정한 목적을 지닌 행위를 통해 관음보살 그 자체를 현현시키고 있다는 것은 불화를 보는 우리의 관점을 송두리째 바꿔놓기에 충분하다.

4. 보지 못했던 것을 보게 해주는 조형해석방법 - 백묘白描와 채색분석彩色分析

채색분석은 미술사학자 강우방만이 시도하고 있는 작품해석의 독특한 방법이다. 화폭에서 중요한 장면의 백묘白描를 뜨고 그것이 본래 가지고 있었을 법한 색채를 부여해서 육안으로는 볼 수 없는, 그래서 상상으로 그려보아야 했던 장면의 특수성을 직접 그려서 작품해석에 이용하는 것이다. 이번 책에서 수월관음도 하나를 제대로 해석하기 위해 저자는 수없이 많은 백묘를 뜨고 채석분석을 시도했다. 수월관음도뿐만 아니라 그것과 영향관계에 있는 중국, 일본, 인도에 있는 다른 작품들 심지어 독일 박물관에 있는 성모마리아상까지 이 채색분석에 동원됐을 정도다.
채색분석의 목적은 단순히 오래된 화면을 좀더 분명하게 인식하기 위한 것만은 아니다. 그림이 그려진 순서, 더 정확하게는 영적 장면이 형성되는 시간적 순서를 아는 데 채색분석만의 강점이 존재한다. 이번 수월관음도 분석에서도 이 채색분석은 빛나는 가치를 발휘했다.
화면 하단의 세 영적 인물도 채색을 했다. 오른쪽 인물의 몸통은 황갈색으로 등에 솟은 비늘은 초록색에 빨간색을 섞어서, 손에 든 산호는 붉은색으로 처리했다. 그리고 머리는 파란색으로 칠했으며 머리에 인 승반은 다시 녹색으로 손에 든 병은 파란색으로, 승반에 든 구슬(보주寶珠)은 파란색으로 칠했으며 영적 기운이 솟아나오는 구멍은 칠하지 않고 내버려두었다. 연기처럼 피어오르는 영기는 녹색, 붉은색, 노란색, 파란색을 섞어 표현했다.
왜 병을 파란색으로 칠했을까? 다 이유가 있다. 여기엔 영화된 물로 가득 차 있기 때문이다. 연기에 색깔을 뒤섞은 이유는 항아리로부터 두 줄기의 연이은 태극모양의 영기문이 강력히 발산하고 있음을 알려주기 위해서다.
이런 식의 채색분석을 통해 저자는 화면에서 벌어지고 있는 사태의 핵심에 도달했다. 바로 영화된 물이 가득 들어찬 만병滿甁(글자 그대로 가득찬 병이다)에서 수월관음의 발에 이르는 길이다. 이것을 저자는 일곱 단계로 채색분석했는데 책의 본문 132~138쪽에서 자세히 다뤄지고 있다. 먼저 만병에서 발산하는 영기문이 물결 모양 영기문을 통해 연꽃과 연결된다. 강력한 영기가 물과 만나고 물이 강력한 영기문으로 변해 관음보살 자체를 환생시키고 있음을 눈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다. 채색분석이란 방법이 없었다면 이것을 글을 써서 납득시키기란 아마 매우 힘들었을 것이다.

5. 영기화생이라는 독자적 이론

『수월관음의 탄생』은 강우방의 영기화생론을 증명하는 장이기도 하다. 생명의 시초인 제1영기싹이 생겨나서 그것이 꼬불꼬불한 모양으로 다시 제2영기싹을 만들어내고 점차적으로 구체적인 생명의 형태로 자라나게 되는 것이 영기화생론의 개관이다. 이 부분은 저자의 직접적인 설명을 들어봐야 한다.

“고려불화의 조형을 자세히 살펴보면, 화면상의 복식과 복식에 표현된 공예품에 베풀어진 것들만이 무늬가 아니고, 그 밖의 전체 화면에 펼쳐진 자연과 인체 등 모든 조형이 무늬임을 알 수 있다. 더 나아가 그 모든 무늬가 영기문이다. 그리고 이렇게 일체에 부여한 영기에서 관음보살이 화생하는 것이어서 ‘관음보살의 영기화생’이라는 신비한 탄생의 광경을 보여준다. 일체에 영기를 부여한다는 것을 영기화, 줄여서 영화靈化라고도 한다. 이 책에서는 기氣 대신 영기靈氣라는 용어를 쓰기로 한다.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기’를 굳이 ‘영기’라고 부르는 까닭은 기를 조형적으로 가장 훌륭하게 표현한 용, 봉황, 거북, 기린 등을 사령四靈이라고 부르는 데서 영감을 얻었기 때문이다. 물론 사령이란 현무와 백호를 빼고 거북(실은 용龍)과 기린을 포함해 부르는 것이지만, 현무와 백호를 포함한 사신四神도 충분히 사령이라 부를 수 있을 것이다. 기란 우주에 충만하되 눈에 보이지 않고 만질 수도 없는 것으로, 억지로 설명하자면 서양의 ‘에너지’에 대응시킬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기는 자연과학적인 면과 함께 철학적·사상적 의미가 함축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동양 우주생성론의 중심 개념을 이루므로 단지 물리적 현상인 것만은 아니다. 이 기에서 만물이 생긴다고 하니, 그 기를 조형화한 영기문에서 만물이 탄생하는 도상들이 한없이 성립해가는데, 구체적이며 자세한 것은 책을 읽어가면서 점점 드러날 것이다.
수월관음도의 도상적인 기원 문제, 수월관음도에 대한 경전을 포함한 여러 문헌의 기록들에 대한 검토 등 역사적 접근에 입각한 연구는 이미 선학들이 상당히 이뤄놓았으므로 이 책에서 다시 논하지 않는다. 놀랍도록 고차원의 표현으로 이루어진 ‘순전한 조형 자체의 구조’를 밝힘으로써, 그림이 지니고 있는 ‘역사적 특수성’에서 ‘초역사적 보편성’을 추구하려는 것이 이 책의 목적이다. 따라서 조형해석학은 사상사思想史와도 직결된다. (…)
이 글은 이전과는 전혀 다른 방법론을 따랐다. 과거의 일반적인 양식 파악과 도상해석학의 방법이 아님은 물론이고 내가 기존에 이야기했던 방법론과도 다르다. 새로운 이론에 입각한 ‘조형해석학’이라는 방법론에 따라 썼다. 작품을 전체의 유기적 관계에서 파악함은 물론 미시적 관찰을 통해 그 세계에 숨겨진 조형의 구조와 그 구조 자체에 내재하는 상징을 밝히려 한 것이다. 조형의 이러한 성립과정을 단계적으로 밝히는 작업에서 중요한 것이 ‘채색분석법’이다. 이 글에서는 그 여러 단계를 도판을 통해 하나하나 펼쳐 보일 것이다. (…)
고구려 고분벽화의 여러 무늬 가운데 우선 안악 3호분 벽화 영기문, 삼실총 벽화 영기문, 강서중묘 벽화 영기문 1, 사신총 벽화 영기문, 강서중묘벽화 영기문 2, 강서중묘 벽화 영기문 3, 강서대묘 영기문 등 일곱 가지 영기문을 채색분석해 생명 생성의 과정을 보여주는 영기문의 전개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시발점이 되는 생명의 최소한의 단위인 고사리 모양 ‘제1영기싹’, 즉 선線으로 된 생명의 싹이 ‘둥근 면面’이 되고(일본에서는 혹이라 부른다), 다시 자라서 더 큰 면으로 변하다가 다시 입체적으로 변해 독립하여 모체에서 떨어져 나가는 과정을 볼 수 있다. 또 덩굴무늬 영기문이 어떤 원리에 따라 전개되어가는지도 파악해볼 수 있다. 앞의 세 가지 영기문은 제한된 공간 때문에 영기문을 길게 전개할 수 없지만 그 자체에서 무한히 전개되고 있으며, 다음의 세 가지 영기문은 길게 무한히 전개되는 조형이다.
이들 영기문을 일본이나 한국 학계에서는 괴운문怪雲文이나 당초문唐草文이라 부르고 있다. 대개 무엇인지 알 수 없으면 괴운문이나 당초문이라 부르곤 한다.
일반적으로 영기문은 회화나 조각이나 공예품에서는 단색으로 나타낼 때가 많아서 전개과정을 파악할 수 없다. 한편 색깔을 달리하여 하나하나 채색해보면 무늬의 형성과정과 구성 원리를 정교하게 밝힐 수 있다. 영기문의 형성과정을 채색을 달리해 단계적으로 그려나가면 곧 생명의 생성과정을 보여줄 수 있다. 그리고 그 생성과정은 문자언어로 설명하기 어려우니 채색분석한 것을 보면서 이해하도록 그 곁에 설명해두고자 한다. 이 글에서 영기문이라는 생명 생성의 과정을 보여주는 일체의 무늬는 이 일곱 가지 영기문의 전개 원리에 바탕을 두고 있다. 나는 3000여 점의 영기문을 채색분석하며 이것이 모두 ‘생명 생성의 과정’이라는 놀라운 사실을 발견했다. 이들 영기문은 순환성, 연속성, 역동성 등 여러 속성을 지닌다. ‘영기문에 공통하는 속성’은 당연히 ‘영기의 속성들’이기도 하다. 영기 및 영기문의 속성을 찾아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다. 영원성永遠性, 순환성循環性, 연속성連續性, 파동성波動性, 역동성力動性, 폭발성爆發性, 율동성律動性, 자발성自發性, 충만성充滿性, 균형성均衡性, 전일성全一性, 상보성相補性(相卽相入), 다양성多樣性, 무한성無限性, 반복성反復性 등을 들 수 있다.”

저자는 이러한 영기화생의 원리를 바탕으로 수월관음의 화생을 다루고 있다. 그 과정에서 영화된 물이 가득 찬 항아리에서 생명이 탄생하는 만병화생, 천년 묵은 향목을 태워 그 향기에서 보살이 탄생하는 향기화생의 모티프도 최초로 제기했다. 이러한 주장은 다이토쿠 사 소장 고려 수월관음도 한 작품을 통해서만 이뤄지는 게 아니라 동시대에 그려진 다른 작품들, 불상과 조각들, 의복의 무늬, 도자기 등을 통해 폭넓게 검증되고 있기 때문에 나름의 보편성을 획득하고 있다.
무엇보다 치열하게 생명과 생성의 과정으로 고대예술의 중심적 특징을 발굴해내고 있다는 것 또한 이 책 『수월관음의 탄생』이 갖는 장점이다.

[목차]
서문

제1부 수월관음의 만병화생

제1장 고려불화의 새로운 세계
제2장 영기화생론의 정립에 이르기까지
제3장 일반적인 수월관음도의 도상
제4장 수월관음도와 『화엄경』「입법계품」
제5장 영기화생론과 조형언어 문법
제6장 수월관음도의 조형 분석
1. 세 영적 존재의 지물 그리고 만병
2. 물결ㆍ포말ㆍ연화ㆍ사면보주ㆍ천의ㆍ영락 치맛자락 등 밀집한 영기
3. 관음보살의 몸과 복식의 조형 분석
제7장 수월관음도의 조형 해석
제8장 고려 수월관음도(메트로폴리탄미술관)

제2부 관음보살의 향기화생

제9장 향기에서 관음보살이 화생하는 방법
1. 서하 하라호토 출토 수월관음도
2. 당말~오대 초의 수월관음도(프랑스 기메박물관)
3. 오대의 수월관음도(프랑스 기메박물관)
4. 원대 수월관음도 1(일본 원생원)
5. 원대 수월관음도 2(미국 보스턴미술관)
6. 다이토쿠 사 수월관음도의 만병 향로 채색분석
제10장 향香의 본질 266

제3부 관음보살의 보주화생

제11장 그리스 정교의 마리아상
제12장 다이토쿠 사 소장 수월관음도의 실상-수월관음이라는 큰 보주에서 무량하게 보주가 발산하는 도상
제13장 마하가섭과 관음보살의 정수리
제14장 조선시대 괘불의 보관
제15장 용과 무량보주의 관계를 보이는 여러 공예품과 건축
1. 고려청자 무량보주 투각 향로
2. 고려청자 용 향로
3. 무량보주 투각 베개
4. 용의 입에서 무량보주 발산
5-1. 중국 건축의 용마루
5-2. 가당도家堂圖
6. 경복궁 근정문 상량문 일괄유품-용의 실체 1
7. 낙랑 대구-용의 실체 2

대결론

[저자소개]
저자 강우방은
1941년 만주 안동(지금의 단둥) 출생. 서울대 독문학과 졸업. 서울대 고고인류학과 학사 편입-중퇴. 일본 교토와 도쿄의 국립박물관에서 연수하고 미국 하버드대 미술사학과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국립중앙박물관 미술부장 및 학예연구실장, 국립경주박물관 학예연구실장 및 관장을 역임했으며 이화여대 초빙교수로 봉직하다 현재 일향 한국미술사연구원 원장으로 있다. 저술로는 논문 모음집인 『원융과 조화-한국불교조각사의 원리 1』과 『법공과 장엄-한국불교조각사의 원리 2』가 있다. 불교조각 개설서로는 『한국불교조각의 흐름』이, 불화에 관한 것으로는 『감로탱』이 있다. 에세이 형식으로 쓴 예술론으로는 『미의 순례』 『미술과 역사 사이에서』 『한국미술, 그 분출하는 생명력』 그리고 사진전 도록이자 에세이인 『영겁 그리고 찰나』 등이 있다. 평생 한국 미술의 모태가 통일신라시대 미술에 있다고 생각해왔는데, 대학으로 자리를 옮긴 2000년 이래 더 근원적인 모태가 고구려 미술임을 깨달아 한국 미술 전체를 재해석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나아가 세계미술사를 한데 아우르는 작업을 하고자 중국과 일본, 그리스, 로마, 서아시아 미술도 연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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